한식당이 아닌 호주 카페에서 약 1년 넘게 근무하다가 워킹 홀리데이가 끝났습니다.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고, 30살은 넘었고, 영어도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워홀이었습니다. 저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생각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와 비교하면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매년 많이 달라져 있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거겠죠. 제가 달라진 점, 배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1. 자신감
그냥 자신감입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아닌 삶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1년이나 버텼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방에서 일 한 경력을 믿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습니다. 구박도 많이 당했고, 서러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쉬운 인생이 어디 있나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저는 종교에 의지 하곤 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저는 신앙이 없었지만 여기서 생겼습니다. 누군가에게 권할 정도는 아니지만 힘들고 지칠 때 제 스스로가 찾을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사람을 의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습니다.
2. 자존감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비슷한 개념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충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워홀을 준비했을 때도 떨어진 자존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지내다 온 것이니 더욱 그랬습니다.
처음 워홀 올 때 거창한 목표는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나에 대한 아무 기대도 없는 사람들과 있으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것이 궁금했었습니다. 물론 멋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주 쓸모없는 모양도 아니었으니 어느 정도는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3. 계획
막연하겠지만, 이곳에서 좀 더 지내보며 제 인생의 다른 계획들을 설계해 볼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카페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면서 배운 것이 있으니 요리 학교를 다니면서 학위도 받고 계속해서 성장해 갈 길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저는 워홀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위에 적었던 얻은 것들이라는 것은 실패자의 변명입니다.
제가 정말 희망했던 것은 얻지 못했습니다. 제가 나약하고 게을러서 그랬습니다.
일반적이라면 워홀에는 크게 3가지 목표를 잡고 옵니다. 돈, 여행(경험), 영어. 저 또한 그랬지만 어느 하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었고 매년 실망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또 실패했지만 다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글에서는 워홀러가 아닌 유학러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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